손톱이 초승달 같아
사랑해도 돼?
맑은 날이야 이렇게 맑은 날이 없었어 우리가 같이 있으면
언제나 촛불이 꺼지는 걸 보았으니까
투명한 등불 속에서도 서로의 눈빛을 답습해야 했거든
사람으로서 말하자면 나는 오래전 서리당해 창고에 박혀 있다
이렇듯 너를 사랑하나 효력이 없는 문장이야
우리의 세계에선 비를 맞는 것들만 소리를 내지 비는 조용해
모래사장에서 발과 발이 서로 멀어지는 동안 무엇을 할 수 있을까 너무 오랫동안 하늘을 본 사람에게 나는 내리고 싶어
누구도 기르지 않았던 차가운 꽃으로 그의 이마를 쓸어내리며
풍경의 서사를 아니
얘기할 수 있는 것들은 모두 들에 버려져 있어
날짜가 지난 달이 떠 있다
하고 싶은 말이 있는 듯이
어디서든 볼 수 있는 사람처럼
약속은 나무 위에서 우리를 들여다보다 한 번도 내려오지 않고 날아가버리지
.•♥ 장수양 | 편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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