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천히 오세요 가장 서둘러 와 주었으면 하는 상대에게 천천히 오세요 한다 실은 내 마음에 대고 하는 소리인지도 모른다. 천천히 오세요 올 사람보다 먼저 도착한 마음에게 천천히 오세요 조심히 오세요 다치지 말고 .•♥ 옥토 | 사랑하는 겉들 殉愛譜 2024.08.30
당신, 여전히 기도하나요? 기도 당신은 이 밤이 끝나는 게 싫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두 눈을 꼭 뜨고 빌었습니다 제발 내일이 오지 않기를 이대로 이 시간 속에 함께 정지해버리기를 우리는 함께 두 손을 맞잡고 기도를 하는 날이 잦았습니다 당신, 여전히 기도하나요? 여기선 나 홀로 양손을 꼭 맞잡는 날이 많아졌지만 절대 기도 따위는 하지 않습니다 이제는 그 기도를 믿지 않습니다 나는 부디 당신을 떠올리는 이 밤이 종말했으면 좋겠습니다 .•♥ 안리타 | 구겨진 편지는 고백하지 않는다 殉愛譜 2024.08.30
밤에는 눈을 감았다 쌀을 씻다가 창밖을 봤다 숲으로 이어지는 길이었다 그 사람은 들어갔다 나오지 않았다 옛날 일이다 저녁에는 저녁을 먹어야지 아침에는 아침을 먹고 밤에는 눈을 감았다 사랑해도 혼나지 않는 꿈이었다 .•♥ 황인찬 | 무화과 숲 殉愛譜 2024.08.19
죽었다 해도 죽었다 해도 누군가의 가슴에 남아있는 사람이 전 오히려 부럽습니다 사람은 가끔 산 채로도 다른 사람의 가슴속에서도 죽어버리는 일이 있으니까요 저도 죽어서 누군가의 가슴속에 남을 수 있다면 좋겠군요 .•♥ 윈터러 | 룬의 아이들 殉愛譜 2024.08.14
차가운 표정은 우리에게 어울리지 않으니까 너와는 영원한 여름에 살고 싶어 차갑지 않은 햇볕이 내리쬐고, 퍽 싱그러운 바람이 불어오는 여름 식고 싶지 않다는 말이야 이왕이면 철이 들지 않는 것도 좋겠다 우리는 계속 뜨거울 수 있어 응, 차가운 표정은 우리에게 어울리지 않으니까 .•♥ 하태완 | 모든 순간이 너였다 殉愛譜 2024.08.14
봄은 생략이다 네가 자주 울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 불구덩이 같은 여름이 끝나갈 때도, 단풍잎이 떨어지는 가을에도, 코와 손끝이 에는 겨울이어도 네가 슬픔을 몰랐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 봄은 생략이다. 너의 계절이니까 .•♥ 백가희 | 너의 계절 殉愛譜 2024.08.02
내가 이루고픈 사랑의 동경이었는지도 모른다 Nostalgie 저마다 마음속에 애틋한 노스텔지어가 있다 우리는 가슴 한편 어렴풋한 그림을 그리며 현재를 살고 있는지도 모른다 먼 동경이 삶의 전부일지도 모른다 사실은 다들 그렇게 공허하게 무언가를 향하며 살아간다 어쩌면 내가 사랑한 건 당신이 아닌 내가 이루고픈 사랑의 동경이었는지도 모른다 그러니까 마음속에 채워지지 않는 미완의 환상 때문인지도 모른다 .•♥ 안리타 | 구겨진 편지는 고백하지 않는다 中 殉愛譜 2024.08.01
단어와 마음이, 마주 보며 서로를 모르는 체했다 부치지 못한 편지 창밖으로, 당신의 편지를 날렸다 그것은 새 한 마리처럼 서서히 하강했다 나뭇가지에 매달린 구겨진 편지는 고백하지 않는다 사랑이 되지 못한 단어들이 실패한 채로 하얗게 누워 죽은 새를 흉내 내고 있었다 단어와 마음이, 마주 보며 서로를 모르는 체했다 『이, 별의 사각지대』에서 .•♥ 안리타 | 구겨진 편지는 고백하지 않는다 中 殉愛譜 2024.07.22
나의 너의 허스키를 사랑해, 너의 스키니한 몸을 사랑해, 너의 가벼운 주머니와 식욕 없음을 사랑해, 너의 무기력을 사랑해, 너의 허무를 사랑해, 너의 내일 없음을 사랑해. .•♥ 김금희 | 너무 한낮의 연애 殉愛譜 2024.07.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