殉愛譜
사랑해
朴珉志
2022. 5. 9. 04:49
사랑해 오후 네 시의 가래침처럼
사랑해 지하철 난간에 붙은 껌처럼
사랑해 삼백년 묵은 달걀처럼
사랑해 괴사한 살덩이처럼
사랑해 애굽의 개창과 치질처럼
사랑해 심장을 파고드는 사상충처럼
사랑해 낚싯바늘에 눈이 꿰인 물고기처럼
사랑해 입 속에 생쥐를 넣고 입을 다문 고양이처럼
사랑해 납으로 만든 鑄型처럼
사랑해 과냉각한 낲덥개처럼
사랑해 화대로 받은 해골처럼
사랑해 샌드위치에 끼운 면도날처럼
사랑해 전기 모자처럼 전기 기저귀처럼
사랑해 사형수의 목이 꺾이는 각도로
사랑해 지옥에서 온 개처럼
사랑해 줄 풀린 투견처럼
사랑해 처음 두 번은 가볍고 경쾌하게
사랑해 나머지 일격은 길고 둔중하게
*사랑은 지옥에서 온 개, 찰스 부코우스키
.•♥ 김언희 | 사랑해
